[박상규 교수의 금융이야기] 금융착취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해야


60세 이상 고령층이 가계자산의 46%를 보유하는 등 노인 자산이 많아지면서 금융회사의 불완전 금융상품판매, ‘보이스피싱’ 같은 금융사기가 고령층 금융자산에 집중하여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이에 못지않은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노인들의 금융거래를 도와주어야 할 자녀, 배우자 등 가족과 친척, 간병인, 재무설계사 등이 오히려 노인재산을 빼앗거나 훔쳐가는 금전적인 학대 및 착취(elder financial abuse and exploitation)이다.

 

노인에 대한 금전적인 학대와 착취는 노인재산이 늘어나며 생겨난 선진국형 문제로서 미국에서는 커다란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노인들은 자녀, 배우자 등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금융착취를 당하는 경우에 피해 사실을 스스로 숨기거나, 인지기능 저하로 자신이 금융착취를 당했다는 것조차 모를 수 있다.

 

또한 평소 재무관리를 해오지 않던 부인이 남편의 사망으로 금융거래를 직접 담당하거나, 친척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거부하고 제3자에게 자산관리를 맡기다가 피해를 입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주로 부유한 백인여성 노인, 신체적·정신적으로 노쇠한 노인, 홀로 격리된 노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금전착취 사례는 노인예금 사용, 노인카드 사용, 노후연금 횡령, 대출요구, 각종 금전계약에 대한 서명요구, 개인금융정보 요구 등 매우 다양하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만명의 노인들이 금전적 학대 및 착취를 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중 일부만이 관계당국에 보고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인식 및 신고율이 낮아 정확한 현황 파악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자녀들이 부모의 재산에 의존하여 생활하거나 재산상속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실제 피해 정도가 클 수 있으며 앞으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질 수 있다.

 

미국에서는 금융착취로부터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 직원들이 노인계좌에서 발생하는 의심스러운 거래들에 대해 관계당국에 보고한다.

 

노인계좌에서 수시 거액인출이 발생하거나, 갑작스러운 카드사용 및 ATM출금, 단순 금융상품에서 복잡한 금융상품으로 자금이동, 노인 주소와 다른 우편수령주소지 변경, 전에 보지 못하던 새로운 동반자와 은행을 방문하여 거래하는 등 다양한 의심거래 사례들이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착취를 예방하고 피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인들에 대한 금융착취는 금융회사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금융회사 직원들에게 노인 금융착취 의심거래에 대한 인지 및 신고방법, 유의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회사 직원들이 관계당국에 노인 금융착취 의심거래를 보고하거나, 의심거래의 처리를 지연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박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