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교수의 금융이야기]노인 고객 우대하는 금융환경 만들기에 소비자단체들이 앞장서야


(한국글로벌뉴스 )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박상규

 

고령화와 더불어 노인 고객을 많이 확보한 금융회사들이 성장하고 생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회사들마다 멋진 노년 부부를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노인들을 최고 VIP고객으로 모신다고 자랑한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실제 행동을 보면 이런 말들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노인을 중요한 고객으로 여기고 있는 지조차 의문이 든다.

 

노인들은 신체적, 감정적, 인지적 능력이 쇠퇴하면서 디지털화된 복잡한 금융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회사들은 노인들을 위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경비절감, 경영효율화에 매여 점포수를 급속히 축소하고 있다.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이 폐쇄한 점포수가 작년에만 80여개이며, 2020년 이후 무려 600여개가 넘는다. 특히 금융환경이 열악하고 노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의 점포들 위주로 무분별하게 폐쇄해 왔다.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지방자치단체 40여 곳에는 시중은행 점포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최근 금융회사의 불완전판매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민원의 30%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층으로부터 제기된다고 한다. 금융회사 직원들이 고령의 은퇴자들에게 수익구조가 복잡하고 손익규모도 큰 위험한 금융상품을 감언이설로 속이거나 서류를 조작해 파는 것이다.

 

노인 고객들은 금융회사에 많은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만큼 그에 걸 맞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그러나 노인들은 자기들의 권익 보호를 금융회사에 제대로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에 노인들은 금융회사로부터 무시당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를 못하는 것 같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들의 점포폐쇄나 불완전판매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으나, 노인 고객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아쉬운 실정이다. 결국은 누군가 나서서 금융회사들이 노인 고객 보호에 적극성을 보이도록 경종을 울려주어야 하는데, 이런 일은 소비자단체와 같은 민간단체들이 앞장서는 것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단체에서 금융회사들의 노인 고객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여 공표할 필요가 있다. 불완전판매로 물의를 일으킨 금융회사 사례를 부각시켜 노인들이 해당 금융회사와의 거래에 경각심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금융회사들의 점포운영 실태나 영업 정책도 평가해 보아야 한다. 지역에서의 점포운영 여부, 노인전용 창구 운영, 점포직원의 친절도 같은 고객서비스 뿐만 아니라, 금리나 수수료에 대한 노인 우대 등을 평가요소로 금융회사들의 등급을 매길 수도 있다. 또한 고령층이 쉽고 안전하게 이용할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등 노인 고객을 위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회사를 발굴하여 추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사회단체들이 노령층의 금융활동을 지원하고 보호하는 여러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소비자단체도 금융회사로부터 피해 받고 소외 당하는 노인들의 권익 확보를 위해 더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활동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