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규 교수의 금융이야기]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 유동화


(한국글로벌뉴스 -박소연 기자) 가계가 보유한 자산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은행예금은 즉시 현금화하여 재화와 서비스 구매에 쓸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이다.

 

그에 비해 토지, 주택 같은 부동산은 복잡한 매매절차를 거쳐야만 쓸 수 있는 비유동성 자산이다. 고급 자동차, 귀금속, 그림, 명품 같은 것들도 현금화가 쉽지 않은 자산들이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 주변에는 자산은 많으나 막상 쓸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여 궁핍하게 생활하는 고령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정년퇴직하고 현재 서울 상위지역 아파트에 살고 있는 65세 은퇴자의 자산부채 현황과 매월의 현금흐름을 아래와 같이 추정해 보았다.

 

 

위의 은퇴자는 높은 아파트 가격 때문에 재산세, 건강보험료, 아파트관리비 등의 각종 공과금을 적지 않게 부담하고 있다. 주택구입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도 상당히 부담스럽다.

 

매월의 수입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편이어서 생활형편은 빠듯하다. 만약 이 은퇴자가 현재 살고 있는 고가 아파트를 팔고 비교적 저가의 지역으로 옮긴다면 10억 정도의 목돈을 손에 쥘 수 있고 공과금 부담도 크게 줄어들 텐데, 쉽게 이사하지 않는다.

 

그들은 오랫동안 살아온 아파트가 편하다 보니 다른 곳으로 이사 가기 싫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의 속내에는 아파트 가격이 과거처럼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숨겨져 있다. 그들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이 미실현되었지만, 이를 경제적 풍요로움으로 인식하면서 현실의 곤란을 감내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평균자산중 부동산 비중이 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자산도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 가계의 부채수준은 세계 최고를 보이고 있다. 60세 이상 고령자 부채비율도 49%에 달하며 적지 않은 노인들이 제2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계가 이렇게 불안정한 자산부채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은 국민들의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 국민들은 죽을 때까지 돈 버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다. 많은 노인들이 자산을 불리기 위해 주식, 부동산 관련 정보를 조회하고 각종 투자설명회를 찾아다닌다.

 

재테크에 열중하는 노인중에는 금융회사 직원들이 권하는 위험한 금융상품에 가입하여 막대한 손실을 입고 금융투자사기의 대상이 되어 고통을 겪기도 한다. 막상 투자에서 성공하여 많은 재산을 가지게 된 노인들도 자녀들의 금전적 착취대상이 되거나 재산을 두고 벌이는 가족간 불화로 힘든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결론적으로 슬기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투자활동보다는 보유한 자산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데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노년에는 위험한 금융상품을 멀리하고 불필요한 부채를 얻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시세차익을 바라며 생활비가 많이 드는 곳에 살고 있는 고령층도 이제는 전향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적절하게 유동화시키면 이전보다 여유롭고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보낼 수 있다.

 

한국은행 경제교육실 교수 박상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