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 민요


차茶 민요

 

 

                                                                                               수원예다교육원장 강성금

 

잘못 먹어 보챈 애기/ 작설 먹여 잠을 재고// 큰 아이가 몸살 나면/ 작설 먹여 놀게 하고// 엄살 많은 시애비는/ 작설 올려 효도하고// 시샘 많은 시어머니/ 꿀을 드려 달래 놓고// 혼자 사는 청산이는/ 밤늦도록 작설 먹고/ 근심없이 잠을 잔다// 바람 바람 봄바람아/ 작설 낳게 불지 마라//

이 시는 작자 미상의 조선후기 차 민요로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청상과부가 지은 것으로 보인다. 아이가 음식을 잘못 먹어 보채면 작설차를 먹이고 몸살이 나도 작설을 먹였으니 차가 가정의 상비약이었음이 분명하다. 재밌는 부분은 시아버지께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작설을 올리고 시어머니께는 꿀을 드린다는 부분이다. 자고이래로 소인은 단물 즉 꿀을 좋아하고 대인은 맹물, 즉 무(無) 맛(味)을 좋아한다는 뜻이므로 이집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대인으로 시어머니를 소인으로 나타내 그 때나 지금이나 며느리사랑은 시아버지임을 엿보게 한다. 마지막 종장에는 차가 밤늦도록 잠 못 이루는 혼자 사는 청산이의 외로움과 고독을 다독여주고 편안하게 잠들게 해주는 약으로 마무리됐다.

초엽 따서 상전께 주고/ 중엽 따서 부모께 주고// 말엽 따서 남편께 주고/ 늙은 잎은 차약 지어/ 봉지봉지 담아 두고// 우리 아이 배 아플 때/ 차약 먹여 병 고치고/ 무럭무럭 자라나서/ 경상감사 되어주오//

위 시와 마찬가지로 작자미상의 조선시대 차 민요다. 초엽은 첫물차로 겨우내 땅 속 깊숙이 공들여 모은 기운을 봄날 곡우 전쯤 가장 부드럽고 향기로운 이파리로 피워올린 찻잎의 햇차는 임금께 올리고 다음으로 딴 차는 부모님께 드리며 그 다음 세물차는 남편께 준다고 했다. 그리고 초엽중엽말엽 다 따고 마지막 끝물차는 차약지어 봉지봉지 담아 두었다가 아이가 배 아프면 약으로 먹여 키우나니 어여어여 자라서 경주상주 감사 되게 해 달라는 아녀자의 차시(茶詩)로 그야말로 조선시대 여인의 진면모를 보여준 차(茶) 민요다. 요즘은 첫물차는 내가 먹고 두물차는 자식주고 세물차는 남편께 주는 것 아니냐면서 한바탕들 웃기도 한다.

중국의 육우가 쓴 ?다경?에는 차나무를 처음 발견한 ‘신농’이 병자를 치료하기 위해 약재로 사용했으며 당송시대에는 생활필수품으로 쌀, 소금 그리고 차가 매일 없어서는 안되는 중요한 물품이었는데 지금 우리 현실은 커피에 차가 압사 당하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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