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글로벌뉴스 -박소연 기자)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경기도 재정난을 "사실상의 비상사태"로 규정하며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20년 만에 지방채 발행과 기금 소진, 민생예산 9개월분 편성 등 전임 민선8기에서 누적된 재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대대적인 재정개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추 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금의 경기도 재정은 더 이상 숨길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위기"라고 강하게 밝혔다.
"취임 후 알게 된 충격적 현실... 민생예산조차 9개월분만 편성"
추 지사는 취임 직후 보고받은 경기도의 재정 상황을 "충격적인 현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민선8기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당수 민생·필수사업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도민의 삶과 직결된 중대한 재정 상황이 공직사회 내부에서도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고 심각성조차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면 해법도 찾을 수 없다"며 "도민께 있는 그대로 보고드리는 것이 도지사의 책무"라고 말했다.
"지방채 발행... 한도 99.6%까지 사용"
추 지사는 전임 도정의 재정 운영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도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총 9,430억 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는 발행 한도인 9,460억 원의 99.6%에 달하는 규모로, 경기도가 지방채를 발행한 것은 20년 만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5월에는 조례를 개정해 목적이 정해진 각종 기금까지 일반회계 재원으로 활용했다.
추 지사는 "약 5,588억 원의 기금을 통합계정을 통해 일반회계로 끌어다 사용했다"며 "남북협력기금도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을 전용해 현재는 44억 원만 남은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 위기에 대비해야 할 기금까지 사실상 소진한 것"이라며 "지방채를 발행하고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눈앞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제대로 편성하지 못했다"고 직격했다.
"노인·아이·학생 예산까지 비어... 도민이 피해"
추 지사는 재정 악화의 부담이 결국 도민에게 전가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장기요양, 소아응급의료, 친환경 학교급식, 산후조리비, 교육청 급식비 지원, 가족돌봄수당, 농작물재해보험,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등 필수 민생사업의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예산이 편성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마른 땅에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것처럼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
"당장 7,700억 감액추경... 2~3년 뒤 또 빚내는 악순환"
추 지사는 현재 경기도가 당장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에도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며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2~3년 뒤에는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위험을 알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취득세 30% 급감... 경기도 재정구조 자체가 문제"
추 지사는 이번 위기가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도 전체 예산은 41조7천억 원이지만 실제 정책적으로 활용 가능한 재원은 3조5천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지방소득세가 없고 보통교부세도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이며, 도세의 절반 이상을 취득세에 의존하는 매우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로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추 지사는 "3기 신도시 개발과 기업 유치에 필요한 교통·복지·인프라 비용은 경기도가 부담하지만 정작 개발과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주요 세수는 시·군으로 귀속되는 불균형 구조"라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 선언... 공직사회부터 허리띠 졸라맨다"
추 지사는 이날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하고 즉각적인 재정 정상화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경비 등 각종 경비를 감액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회성 행사와 선심성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사업도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도지사 직속 참모조직부터 조직을 재정비하고 공공기관과 실·국 간 기능을 조정해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도민의 삶은 끝까지 지키겠다"
추 지사는 재정 긴축이 곧 민생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위기를 이유로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예산은 결코 줄이지 않겠다"며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부담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만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인 만큼 정부와 국회에는 지방소비세 확대와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 배분 개선, 국고보조사업 지방비 부담 완화를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추 지사는 "지금의 어려움을 다음 세대의 빚으로 떠넘기지 않겠다"며 "1,420만 도민과 경기도의회, 31개 시·군이 함께 힘을 모아 경기도 재정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