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글로벌뉴스 -박소연 기자) 시흥시 오이도 앞바다에 위치한 인공섬, 거북섬은 오랜 시간 동안 수도권 해양레저산업과 관광 중심지로 육성되길 기대받아왔다.
2000년대 초반부터 추진된 이 개발 프로젝트는 '시화 MTV(멀티테크노밸리)'의 핵심으로, 시흥시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전진기지로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북섬은 단순한 개발 대상지를 넘어 복합적인 도시계획의 실패 사례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도시개발의 이면, 계획은 있었으나 비전은 없었다
거북섬의 가장 큰 문제는 개발 방향성과 정체성의 부재다. 해양관광, 레저산업, 복합상업지구, 주거단지 등 다양한 계획들이 마구잡이로 얹히면서, ‘무엇을 위한 섬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명확히 답하지 못한 채 여러 기능이 충돌하고 있다.
또한 상업용지 분양과 대규모 민간 자본 유치가 주도되면서, 공공성과 시민 접근성이 떨어졌고 관광객보다는 투자자 중심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래 목표였던 시민 친화적 해양 문화 공간 조성은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고스란히 상가를 분양받은 상가 주인들만 이뤄지지 않은 상권에서 대출이자에 허덕이고 있다.
교통 인프라와 접근성 문제
거북섬은 도로 기반의 교통 접근성이 취약하다. 시화MTV 외곽 도로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고, 대중교통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바다와 가까운 이점을 살려야 할 해양 관광지임에도, 해상 교통 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며 수도권 접근성에서도 큰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교통 불편은 관광 활성화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다.
난개발과 환경 훼손
무분별한 민간 중심 개발은 생태적 균형을 해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화호 주변은 이미 매립과 개발로 인해 자연생태계의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으며, 거북섬 역시 조망권, 해안선, 생태 경관을 고려하지 않은 인위적인 개발로 자연 자산을 잃고 있다. 해양 쓰레기와 수질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편의시설 확충도 더디다.
대응 방안, 도시의 ‘속도’보다 ‘방향’이 먼저다
거북섬을 둘러싼 문제는 단순한 사업 실패가 아니다. 지역 정체성, 환경, 공공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도시 개발의 기본 원칙이 무시된 결과다. 지금이라도 다음과 같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개발 방향 재정립 과정에서 짚어 보면,관광 중심 개발, 레저 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현재 혼재된 개발 목표를 통합하고 장기적인 도시 브랜드 전략 속에서 명확한 기능을 설정해야 한다.
공공성 회복과 주민 참여 확대면에서 민간 중심 개발을 조정하고, 시민 의견을 반영하는 도시계획 거버넌스가 절실하다. 주민이 실제로 누릴 수 있는 공공 해변, 문화 공간, 생태공원 등 실질적인 공공시설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환경 계획 도입부를 보면,무분별한 매립과 콘크리트 중심 구조물 설치를 지양하고, 생태 복원과 친환경 건축 기준 도입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는 해양 공간으로 나아가야 한다.
교통 인프라 개선으로, 해상 교통(수상버스, 마리나 연계), 자전거 도로망, 철도 접근성 강화 등을 포함한 친환경 복합 교통체계를 도입해야 관광과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거북섬, '느린 도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거북섬은 여전히 잠재력을 가진 땅이다. 하지만 속도에 쫓겨 방향을 잃은 도시 개발은 결국 모두가 외면하는 공간으로 전락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무리한 확장이 아닌,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전환이다.
시흥시가 거북섬의 문제를 정확히 직시하고, ‘빨리’보다 ‘잘’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거북섬이 진정한 ‘시민의 섬’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제는 새로운 도시 철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