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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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614일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전미 여성회담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8년 전보다 좀 더 늙어보일지는 몰라도 이것이 바로 페미니스트의 얼굴입니다.”라고 말했다.

올해 1월말 한 여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자신이 당한 성폭력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된 우리나 라에서의 #미투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으며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관한 관심도 확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동안 제대로 조사되지 않은 채 묻혔던 장자연 사건을 비롯한 성범죄들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원래 Me Too라는 용어는 사회운동가인 태러나 버크(Tarana Burke)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7년 엄마의 애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열 세살 소녀의 고백을 들은 버크는 당시 무 슨 말을, 어떻게 해 주어야 할지 몰랐다. 이후 버크는 소녀를 다 시 만나지 못했지만 나도 그래(me too)”라고 말해 주었으면 좋 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버크는 2006 년 소 셜 네트워크 Myspace '미투'라는 문구를 만들게 되었다.

미투운동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로 하비 와 인스틴 (Harvey Weinstein)의 성추행을 여성들이 공적으로 폭 로하면서 부터이다.

와인스틴은 감독이자 영화 제작자로 아카데 미 감독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다양한 연극과 뮤지컬로 7개의 토 니 어워즈를 수상한, 미국 문화산업계의 거물이다. 201710 ,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추행이 만연한 엔 터테인먼트 산업계의 비리를 알리고 공론화하기 위해 해시태 그 미투 운동을 전개한다. 안젤리나 졸리, 애슐리 쥬드, 기네스 펠 트로 등 쟁쟁한 여배우들이 데뷔 초창기 자신들에 대한 와인스틴 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기네스 펠트로는 데뷔 초기였던 22 살 당시 와인스틴이 자신의 다리에 손을 대고 호텔 침실로 갈 것 을 제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온라인 상에서 #MeToo로 이 내용 을 공유하거나 혹은 피해 여성의 고백이 입소문을 타면서 이 운동 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현재 와인스틴은 성폭행과 성추행 등 의 혐의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지만 합의에 의한 것이었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벌어지 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관련 남성들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운동은 헐리우드라는 미국의 한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장소의 저명성이 가진 힘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끌었고 마침내 초 국가적 연대를 이끌어내게 되었다. 미투운동은 페미니즘의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기는 하지 만 이 운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급진적 페미니스트는 아니 다. 과거 성차별과 가부장제를 반대하며 여성해방을 외치던 페미 니즘은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급진적 행동주의 여 성운동가들은 체포나 벌금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미디어의 주목 을 이끌어내는 이벤트와 퍼포먼스를 벌인다. 영국의 시스터즈 언 컷(Sisters uncut)’이라는 단체는 레드카펫 위에 드러 눕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2월에도 이 단체의 멤버들은 영국아카데미시상식 (BAFTA)에 나타나 메이 수상이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대한 예 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포명하기도 했다. 대학의 미온적인 성범죄 대처에 항의하며 캠퍼스 곳곳에 매트리스를 끌고 다니며 졸업 작품으로 행위예술을 펼치는 미국의 대학생 엠마 쉴코비츠와 같은 행동주의 예술가도 있다.

그런가하면 오바마 대 통령이나 비욘세, 얼마 전 영국의 해리왕자와 결혼한 메건 마클, 그리고 유엔양성평등대사인 엠마 왓슨처럼 남성 페미니스트 또는 유연하거나 섹시한 페미니스트도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여성 의 동등한 권리와 기회에 대한 믿음이며 나아가 모든 인간의 평등 과 자유를 추구한다.

일부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로 남성과 여 성의 대립과 증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페미니 스트의 적은 남성이 아니라 독단과 차별이다. 공존과 평등을 바라 는 사람이 들여다보는 거울 속 어디에나 페미니스트의 얼굴이 들 어 있다. 페미니스트의 얼굴

 

홍 숙 영 교수

소설가, 시인, 언론학자 이화여대 졸업 프랑스 파리 2대학교 석·박사 한세대 교수, 이스트캐롤라이나대 초빙교수 현대시문학 시 등단 소설문학 단편소설푸른 잠자리의 환영발표 열린 시학, 현대시문학, 예술가, 연인 등 문예지에 작품 발표 시집슬픈 기차를 타라, 내하에세이집매혹도시에 말걸기, 사람들, 저서창의력이 배불린 코끼리, 내하,SNS와 토론, 내하,스토리텔링 인간을 디자인하다, 상상채널』『, 생각의 스위치를 켜라:창의적인 글쓰기 프로젝트, 박영사』『 스토리텔링 마케팅, 이론과 적용(공저), 박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