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차 따기


햇차 따기

                                                              

 

 

 

 

 

                                                                                              안산시 행복예절관장  강성금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양력으로 4월 5~6일경에 드는데 절기상 청명과 같은 날이거나 전후해서 있다. 청명(淸明)은 일 년 중 하늘이 가장 맑은 날이라 하여 풋나물과 산채를 먹는 풍습이 있다. 그만큼 풋것이 막 자라나는 때라는 것이다.

 

초의선사의 다신전(茶神傳)에는 차(茶) 따는 시기를 ‘곡우 전 닷새를 으뜸으로 삼으며, 곡우 지나 닷새가 다음 가며, 다시 닷새 뒤가 또 그 다음이다’고 하였다. 수백 년 전에 쓰여 진 다신전대로 보름동안에 차를 딴다면 지금의 저 넓은 차밭의 수확을 어찌 다 할 수 있겠는가.

 

작년 이맘때 제주도 한라산 자락의 설록다원에서 햇차 따기 행사가 있었다. 전국에서 초청받은 20여명의 차인(茶人)들은 제주 공항에서 첫 상견례를 마치자마자 오설록의 장원산업 차 밭으로 가서 이제 마악 고개를 드밀고 나올까 말까하는 참새 혀 같은 찻잎을 땄다. 네 명씩 다섯 조로 나뉘어 딴 차 잎을 화덕에다 덖고 비비고 덖고 비비고 바람에 말리다 건조기에 넣었다.

 

다음날은 품평회를 가졌다. 다섯 팀 각자는 어제 만든 찻잎을 우렸다. 서로의 색상과 향기와 맛을 비교하며 우열을 가려내는 품평회는 사뭇 진지했다. 같은 차 밭에서 나란히 만들어 같은 물로 우렸음에도 다섯 팀 모두의 차는 그 색향미가 달랐다. 차는 그만큼 신비하고 오묘하며 영특한 물건임을 실습을 통해 체감하게 하였다.

 

요즘은, 풋것이 막 자라나는 청명한식을 기준으로 그 해 첫물차를 딴다. 그리고 두 물차는 곡우로부터 십오일, 세 물차는 그 다음의 십오일로 보름 간격으로 딴다. 찻잎을 딸 때는 그 시기도 매우 중요하지만 정성스럽게 따야하고 만들 때는 심혈을 기울이고 우릴 때는 물 온도와 시간을 잘 맞추어야 진실한 차 한 잔을 음미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가장 맛있는 차를 마시려면 이러한 햇차에 묵은 차를 섞어서 우려내면 최상의 차 맛을 완상할 수 있다.